제프리 버튼 러셀(Jeffrey Burton Russell)의 『A History of Heaven』
러셀의 『A History of Heaven』
조직신학적인 '천국론'이라기보다는 천국이라는 개념이 유대교· 헬라철학· 초대교회· 중세 기독교를 거치면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추적하는 지성사적 연구
“천국이 무엇인가를 조직신학적으로 체계화한 책이라기보다, 서양의 종교·철학·문학·문화 속에서 ‘천국’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를 추적한 지성사(知性史)이다.”
1. 조직신학적 천국론과는 다릅니다
조직신학의 천국론이라면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다룹니다.
- 천국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
- 죽은 성도는 현재 어디에 있는가?
- 부활과 천국은 어떤 관계인가?
- 새 하늘과 새 땅은 무엇인가?
- 하나님 나라와 천국은 어떤 관계인가?
- 영혼의 중간 상태와 최종적 부활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러나 러셀의 관심은 이런 교리적 질문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천국을 어떻게 상상하고 표현해 왔는가?”를 묻습니다.
2. 러셀의 연구 방법은 '개념의 역사'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Heaven이라는 개념 자체의 변천 과정입니다.
대략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흐름을 추적합니다.
고대 이스라엘의 하늘
↓
유대교의 천상 세계와 하나님의 임재
↓
헬라 철학의 우주론·영혼론
↓
신약성경의 하나님 나라와 천국
↓
초대교회의 천국 이해
↓
교부들의 철학적·신학적 종합
↓
중세의 천국론
↓
단테와 중세 문학
↓
종교개혁 이후
↓
근대의 천국 개념
↓
현대인의 천국 상상
따라서 러셀에게 천국은 단순한 장소(place)가 아닙니다.
천국이라는 개념 속에는 하나님 → 인간 → 영혼 → 우주 → 죽음 → 구원 → 영원 → 행복이라는 서양 문명의 핵심적인 질문들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3. 특히 중요한 것은 '유대교 + 헬라철학'의 만남입니다
초기 기독교의 천국 이해를 단순히 “성경에 천국이 있으니까 초대교회도 천국을 그렇게 믿었다.” 라고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초대교회가 살아갔던 세계에는 이미 히브리적 성경 전통과 헬라 철학적 우주관이 함께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천국이라는 개념을 둘러싸고
שָׁמַיִם (šāmayim, 하늘)
↕
οὐρανός (ouranos, 하늘/천상)
↕
heaven
이라는 언어적·문화적 이동도 일어납니다.
그리고 여기에 플라톤주의, 스토아 철학, 신플라톤주의 등의 사상이 기독교 사상가들과 만나면서 영혼·천상세계·신적 실재·영원성에 대한 다양한 사유가 발전합니다.
4.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구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러셀의 연구를 “성경이 가르치는 천국의 역사”라고 읽으면 곤란합니다.
그는 역사학자로서 여러 시대의 천국 개념을 비교합니다.
따라서 러셀의 설명은 “기독교의 천국관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보다
“기독교인들은 역사적으로 천국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가?” 라는 질문에 더 가깝습니다.
이 차이가 매우 중요합니다.
5. 그래서 목회적·신학적으로 읽는다면 '두 개의 렌즈'가 필요합니다
저라면 이 책을 이렇게 읽겠습니다.
| 러셀의 관점 | 성경·조직신학의 관점 |
|---|---|
| 천국 개념의 역사 | 천국에 대한 성경의 계시 |
| 인간이 천국을 어떻게 생각했는가 | 하나님께서 천국을 어떻게 계시하셨는가 |
| 철학·문화의 영향 | 성경 본문의 증언 |
| 시대별 천국 이미지 | 하나님 나라의 신학 |
| 지성사 | 교의학·성경신학 |
| “어떻게 변화했는가?” | “무엇이 진리인가?” |
따라서 러셀의 책은 조직신학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조직신학을 공부하기 전에 읽으면,
“오늘 우리가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 가운데 성경에서 온 것은 무엇이고,
철학과 문화에서 온 것은 무엇인가?” 를 분별하는 데 상당히 유익합니다.
6. 특히 요한계시록 연구와 연결하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다니엘 7장 → 에스겔 1장 → 요한계시록 1장 → 계시록 4–5장 → 21–22장의 흐름과 연결하면 더 중요한 문제가 드러납니다.
성경의 최종적인 구원은 단순히 “죽어서 하늘나라에 올라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요한계시록 21–22장은 오히려
새 하늘과 새 땅 → 새 예루살렘 → 하나님이 사람들과 함께 거하심 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즉, “인간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과 함께 거하시는 새 창조”로 완성됩니다.
이것은 러셀의 천국 개념의 역사를 연구한 다음, 성경의 종말론적 천국 이해를 다시 점검할 때 매우 중요한 신학적 포인트가 됩니다.
그래서 목사님께서 설교나 논문에서 러셀을 사용하신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 상당히 정확합니다.
“러셀은 천국의 교리를 체계화한 신학자가 아니라, 천국이라는 개념이 유대교와 헬라 철학, 초대교회와 중세 기독교, 그리고 근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형성되고 변형되어 왔는지를 추적한 지성사학자이다. 그러므로 그의 연구는 천국에 관한 성경적 진리를 직접 확정하는 자료라기보다, 우리가 가진 천국의 이미지가 어떤 역사적·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자료이다.”
이렇게 규정하면 러셀의 역사학과 성경의 계시, 그리고 조직신학을 서로 혼동하지 않으면서 그의 책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